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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의자놀이, 공지영 (2012), 휴머니스트

의자놀이, 공지영 (2012), 휴머니스트

 

 

  나는 공지영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작가의 전작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도가니> 등은 나름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책들 같았다. 실제 <도가니>는 영화화까지 되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책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전부 생소한 제목들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이 추천해주셨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름만은 잘 알고 있는 쌍용자동차 그룹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르포르타주라는 조금은 생소한 장르의 책이다. ‘르포르타주 (프랑스어: reportage)’란 영화, 신문, 방송, 잡지 등에서 다루는, 현지로부터의 보고 기사 또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하여 보고자의 주관을 제외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서술하는 기록 문학의 일종이라고 한다.[1]  흔히 르포라고 불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나름 문학계에서는 거장으로 불리는 공지영 작가가, 기존에 다루던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처음으로 도전해본 르포르타주가 바로 <의자놀이>. 그래서 더 흥미가 생겼다.

 

 

  <의자놀이>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쌍용자동차 사태를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 (쌍용차 사태) 2009 5 22일부터 8 6일까지 약 76일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및 부당한 정리해고 단행에 반발해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2] 이 사건으로 인해22명의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 책에서는 모든 문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많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농성 기간 동안 버텼던 그 77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현실에서 자본논리가 얼마나 냉정하게 작용하고 있고, 이 논리의 작용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음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작가가 왜 쌍용자동차 사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2011년 겨울, 공지영 작가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발표 이후, 생활고로 자살한 어머니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함께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로 인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버린 한 남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료센터인 와락[3]의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말을 듣고 난 후엔, 공지영 작가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혜신 박사와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와의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쌍용자동차 사태로 인해 발생한 해고 노동자들은, 실직했다는 스트레스는 물론이거니와 사측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 온 경험을 했다고 한다. 설문에 응한 193명의 해고 노동자들 중, 80% 정도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또한 작가는 지인의 요청으로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을 직접 만나게 되고, 같은 날 용산 참사를 다루고 있는 영화 두개의 문을 본 후, 국가가 국민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장면과 쌍용자동차 사태를 겹쳐 보게 된다. 영화 엔딩에 등장하는 국민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인터뷰는, 공지영 작가의 기존 의식에 경종을 울린다. 처음에는 시민 의식이 깨어있는 세상인 만큼 다른 누군가가 나서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비극은 반복되고 있었다. 이를 계기가 하여, 공지영 작가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보겠다는 결심으로, 22명의 노동자 및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의 초반부에 나온 남매 이야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급휴직자로 강제 지정되어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내쫓긴 가장은, 회사의 정책상 퇴사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는 임시직을 구할 수 조차 없었다. 실제 그들의 선택지는 강압적 퇴사에 대한 순응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퇴사를 할 수 없었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의 몰락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공지영 작가는 모든 음모의 시작인 쌍용자동차 정보 이전에 관해 낱낱이 파헤치기 시작한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교육열 높은 국민과 근면한 노동자들 덕분에 크게 성장하여 여러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쌍용자동차도 이런 회사들 둥 하나였다. 1986,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쌍용그룹은1988 3월에 쌍용자동차로 상호를 번경한 후 서서히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1998 IMF 위기로 대우자동차에 매각되고 2000년에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법정관리[4]에 들어가게 된다. 회사의 경영자가 이리저리 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성실한 노동자들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노동의 질을 유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이 유지된 쌍용자동차는 2003  당기 순이익 5,897억을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가 잘 될 때 팔아 넘겨야 한다.’는 채권단의 의지에 의해 상하이차에 매각되고 만다.

  이 단락에서 공지영 작가는 만약 이 때 쌍용자동차가 국유화 되었다면 오늘날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만약 쌍용자동차가 일찍이 국가의 소유가 되었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고 기술을 발전시켜, 기아나 현대 못지않은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났을 지도 모른다. 이 말이 신빙성이 있는 이유는, 90년대에는 쌍용차가 현대차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했었고, 현재 쌍용자동차가 소형 SUV라는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개척해서 국내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만큼 조금 부족한 기술력 빼고는 판매실적도 잘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부는 1 2,000억원에 달하는 쌍용자동차를 약 5,909억 원에 팔려고 했다. 그러나 기술유출을 염려한 쌍용자동차 노조 및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쌍용자동차는 총 네 번에 걸쳐 투자약속을 하며 노조와의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이행되지 않았고 인수비용으로만 1,200억이 지출됐다. 결과적으로 상하이차는 1,200억원이라는 헐값에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노조는 정부에 거듭하여 기업 경영에는 관심 없는 상하이차를 고발하지만,심증만으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신차 생산은 커녕 기존 차 생산만 고집하던 쌍용자동차는 결국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8년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로 수출에 타격을 입자, 쌍용자동차 사측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자세히 검토한 전문가들은 쌍용자동차의 위기가 진짜가 아닌 의도적인 것이라는 의혹을 내놓았다.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쌍용자동차의 현금 동원력은 2006년부터 급감했다. 2006년에 2,600억 이었던 현금이 2007년에는 1,300, 2008년에는 680억 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는 현금 동원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산업은행,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과 3,300억의 대출계약을 맺음과 더불어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과 계약한 자금까지 있었던 것이다. 이 자금을 사용하여 빚을 갚고 산업은행의 신용을 얻어 추가대출까지 받을 수도 있었지만, 쌍용자동차는 오히려 비정규직 347명을 해고시키고 정규직 노동자의 모든 복지도 중단시켰다. 부도 직전의 회사를 정상화 할 수만큼의 돈을 대출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대출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회사운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때를 노려 비밀리에 기술이전을 실시한 상하이차를 노조가 고발하기도 했지만, 수사와 재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새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훗날 몸을 사리지 않고 파업을 이끈 한상균 씨가 당선되지만, 회사 측은 그 전 쌍용자동차 노조의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려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을 이간질했다. 공지영 작가는 평택 주민들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외면한 데에는 이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 1 8일 상하이차 본사는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신청을 하고, 2 6일에 이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이에 쌍용자동차 노조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쌍용자동차 중국인 이사의 임기를 근거로 상하이차의 철수가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 간부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이전에 법정관리를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경영이 악화될 이유가 없고 실제로 부채율이 150%가 넘지 않는데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 채권자가 아닌 기업의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직접 신청한 점, 아직 부도 위기도 맞지 않았었다는 점 등등 상하이차의 법정관리 신청에는 이상한 점도 많았다. 이것 외에도 좀 더 확실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2008년 쌍용자동차는 안진회계법인에게 의뢰해 기업의 자산평가액을 전년도다 5,177억이나 줄인다.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손상차손[5]  2007년에 약 10억에 달했던 것에 비해 2008년에는 5000억으로 치솟았다. 이 보고서로 인해 168%에 불과했던 서류상의 부채비율과 980억 원이었던 당기 순손실이 2008 9월 이후 부채비율 561%와 순손실 7,100억원으로 증가한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이 변화는 권위 있는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이란 이유만으로 아무런 제기 없이 삼정KPMG 의 자료로 쓰인다. 2009,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와 회생절차[6]를 신청하면서 우리나라 최대 회계법인인 삼정 KPMG에게 회계감사[7]를 의뢰하자, 삼정 KPMG는 그 말도 안되는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쌍용자동차 노동자2,646명을 해고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쌍용자동차 사측이 원하는 데로 된 셈이다. 또 다른 평가 기관인 한국감정평가원은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보다 쌍용자동차의 자산이 두 배 가까이 더 많다고 결론 지었다. 한국감정원의 자삼감정평가서가 더 최신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안진회계법이의 보고서만 제출하며 기업회계기준 제6를 위반했다. 이를 알아차린 쌍용자동차 노조와 금속노조, 사회 단체 등은 이 회계법인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조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대형 회계법인들은 서로 학연, 지연 등의 인맥으로 얽혀 있다고 설명하는 작가의 말을 보면서, 몇몇 힘을 가진 자들이 힘을 합하여 일반 시민이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거대한 흐름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졌고, 동시에 화가 났다. 

 

 

  물론 이렇게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 회계 자료에 문제가 있단 것이 밝혀지자, 해고무효소송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1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가 파산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법이었다고 판결 내리며 쌍용자동차 사측의 편을 들어 주었다. 이에 김태욱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이 회계 자료에 문제가 없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 졌음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회생법원은 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의 실행 가능성만 판단하여 회생절차 개시를 승인할 뿐, 그 계획안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사법원이 회생법원의 판단만을 근거로 삼고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라고 판결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검토조차 하지 않고 회생절차를 졸업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리해고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노조가 정리해고 자체에 파업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파업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쌍용자동차 사측이 회생절차를 끝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인 정리해고 방안을 밀어붙인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이후 불법 기술 이전을 마친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에 더이상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며 회사를 부도 상태에 가깝게 만들어 놓고는 철수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하의차의 기술유출에 대한 무혐의 판결의 근거를 제시한 곳이, 쌍용자동차의 전 대표가 이사로 재직중인 연구소였다. 작가는 이 부분을 설명할 때, 자신의 전작인 <도가니>로 예로 들었다. 작가는 그 도가니 같은 사태가 외딴 사립학교나 교육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도가니 같은 사태는 또 있었다. 2010년 인도 마힌드리사는 상하이차로부터 쌍용자동차를 매입한다. 그런데 인도 마힌드리사와 상하이차의 주간사회사가 안진회계법인과, 삼정KPMG였다. 안전회계법인은 2008년 회계조작을 실시한 유력한 혐의를 받고 있었고, 삼정 KPMG는 조작된 보고서로 2,646명의 정리해고를 이끌어 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철저히 시장의 영역에 속하는 기업과, 시장거래 내에서의 비위사실을 감시 해야 하는 집단이, 이익추구라는 목적을 가지고 모종의 거래를 주고받았음을 의미한다. 나는 아직 <도가니>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사회의 부도덕과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책임을 유추할 있었다. 작가가 의미하는 도가니 같은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아마 법을 어기는 집단과, 그것을 감시하는 집단, 그리고 그에 대해 처벌을 결정하는 집단이 하나의 통제아래 놓여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있지 않은 상황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사립학교나 교육청에서 발생했던 사건이 정확히 어떤 사건인지 알기 위해 <도가니>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러한 특권층의 통제되지 않은 불법적 행위들로 인해, 2,646명의 노동자들은 결국 쌍용자동차로 부터 해고됐다. 그들은 정리해고 무효소송으로부터 노동조합이 패소한 뒤, 22번째 희생자가 23층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질 것을 알까. 나는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가볍게 웃으면서 악착같이 살아야지 죽긴 왜 죽어. 이 좋은 세상을.’이라 말하며, 안타까운 죽음을 조롱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오직 쌍용자동차가 인생의 전부였던, 회사가 자신을 버렸음에도 끝까지 회사를 살리려고 했던, 그들에게 내려진 잔인하고 조용한 사형선고와 같았다. 작가는 안진회계법인과 삼정 KPMG가 상하이차의 정리해고 이후 회사를 매각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당이득을 거둬들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누군가가 꼭 진실을 밝혀 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목을 읽고 나는 다시 한번 지식인의 책무를 깨달았다. 지식인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극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조용히, 하지만 성실하게.

 

 

  여기까지 읽어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이후 파업 이후 77일간의 기록들을 읽고, 사회와 사람들이 참으로 잔혹하다고 느꼈다.  2,646명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회사의 발표가 있던 날, 이미 노조와 노동자들은 사측의 공작을 일정 수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이 노동위원장에 당선된 한상균 지도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개개인의 임금이 줄어도 총 고용을 유지하고, 노조가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원을 만듦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생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담보로 회사를 위한 1000억 원대 대출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전부 내놓더라도 회사와 함께 살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그저 처리해야하는 물건으로 밖에 보지 않던 대형 회계법인들과 사측은 함께 살자 외치던 노동자들에게 비인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노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씩 전화를 돌리며 희망 퇴직을 권유하고 정리해고 명단 이란 것을 유출했다. ‘모호함은 아이들에게 독이다.’라던 심리학자의 말처럼, 혼돈, 지연, 분열이라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악의 특징처럼, 정리해고 풍문과 아무 기준 없는 정리해고 명단은 노동자들을 산 자  죽은 자로 나누었다. 공지영 작가는 이 상황이 마치 책의 제목처럼 의자놀이 와 같다고 했다. 분명히 잘못된 것은 노동자들 수의 반도 안되는 의자를 갔다 놓은 사측인데, 왜 노동자들끼리 서로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회사를 위해 15년에서 20년동안 몸을 바쳐 일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직장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보장해주고, 품위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주는 인생 그 자체라 설명했다. 그들에게 의자를 놓치는 것은, 정리해고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해고되는 것과 동일했다.

이 후 조합원들의 절대적인 찬성으로 노조는 2009 5 22일 파업을 시작했다.  1,500명이 평택 공장에 모여 관리자들을 내쫓고 공장을 폐쇄했다. 그 사이 관리자들은 산 자 죽은 자들의 분열을 더욱 확대시키는데 골몰했다. 사측은 정리해고 생존자들에게 부당한 노동계약서에 도장을 찍도록 강요하고 그들을 강제 동원하여 데모에 앞장서게 만들었다. 만일 모든 노동자들이 힘을 합하여 파업 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에서,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는 사측에도 화가 났지만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정리해고 생존자들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선택이 충분히 이해되었기에 안타까웠고,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인 사측을 보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의 파업은 2009 8 6일 끝났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녹색병원과 전국금속노조가 257명의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검진한 결과, 겨우 7% 만이 정상범주에 들어갔다. 정부와 사측은 단전과 단수 같은 물리적 수단은 물론이거니와,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밤낮없이 이어기는 헬기 소리, 무차별하게 가해지는 용역의 폭력, 전쟁을 연상케 하듯 노동자들에게 쏘아지는 볼트와 테이저건, 한여름에 쏟아지는 최루액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이어졌다. 이는 노조의 단단한 결속과, 투쟁의지를 조금씩 붕괴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물이라도 공급하게 해달라고, 부상자들 만이라도 치료하게 해달라는 인권단체의 목소리에도, 정부와 사측은 인간 사냥이라도 하듯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삶을 부수어 놓은 것은 그 사람들이 받은 심리적 상처였다고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다. ‘저들이 죽어야, 너희가 산다라며 산 자 죽은 자를 끊임없이 이간질했던 관리자들 덕에, 정리해고 생존자들은 한 때 형제이고 동료이자 친구였던 해고 노동자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야 했다. 22명의 정리해고 희생자 중 몇몇은 이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또한 정혜신 박사는 이들이 파업 후에 얻은 트라우마나 구속당한 상처 보다,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고 배척당한 아픔이 더 컸을거라 했다. 힘센 정권과 언론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보도했고, 여론은 그들을 폭도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쌍용자동차 노조는 억울함을 풀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매장되어 버렸다.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달라며.’라는 한 노동자의 말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공지영 작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자살이, 국가와 자본이 휘두른 구조적 폭력으로부터 기인한, 구조적 타살로 규정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약자들을 가차없이 억압하는 국가와 사회의 권력자들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이 구심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나  대기업이 숨기는 사실이나 불법적인 행위들을,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전문적인 분야는 일반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구성되어있고, 이것이 지식을 권력화 시키며, 결국 대다수의 비전문가에 해당하는 시민들을 희생자로 전락시킨다. 따라서 지식인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양한 부조리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전문가라 분류되는 지식인들이 갖는 사회적 책무이다. 쌍용자동차 사태 역시 동일하다. 노동자들이 거대권력의 폭력에 신음하는 목소리를 사회가 들을 수 있었다면, 조금 나은 상황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가 그들의 신음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이들이 전문가집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미래에 그런 지식인이 되기 위해, 나 같은 청소년들도 이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  위키백과  - 르포르타주 항목 참조

[2]  위키백과 -  쌍용자동차 사태 항목 참조

[3] 와락 : 2011 10 30,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오픈한 평택에 치유센터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집당 상담  여러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  법정관리: 기업의 빚이 자력으로 감당할  없을 만큼  , 법정이 지정해준  삼자가 기업을 관리하는 

[5]  손상차손: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므로 미래에 팔았을 때에 현재보다 헐값을 받게 되는 손해액

[6] 회생절차: 채무자가 빚을 깊기 어려울 , 법원에서 채무자가 갚을  있을 정도로 채권을 감면해주는 제도

[7] 회계감사: 타인이 작성한 회계기록에 대하여 독립적  3자가 분석적으로 검토하여 그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