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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말레이시아 KK 아웃리치 7/29~8/7 (2)

셋째날 7/30

 

셋째날 아침에는 별 다른 일이 없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토스트에 카야잼을 발라 먹고 집사님들과 몇몇 남자 청년들이 장을 보러 나간동안, 나는 기타 연습을 하고 남은 다른 사람들은 베란다에서 마이크를 들고 노래(아마도 찬양) 연습을 했다.

우리 팀의 숙소는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크고, 가장 최근에 지어진 IMAGO라는 쇼핑물에 있었다.

에이비엔비로 예약했는데, 특히 발코니의 방음처리가 잘 되어있었다. 노랫소리가 잘 새어나가지 않아, 눈치보지 않고 연습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은 쇼핑몰 1층 (정확하게는 G층. 말레이시아에서는 1층을 Ground floor 라고 부르고 1층이라 불리는 층이 사실상 2층이었다)에 있는 Upper Star이란 음식점에서 먹었다.

아침과 점심 둘다 음식도 너무 맛있고 정말 좋았지만 아침엔 졸렸고 점심엔 먹기 바빠서 사진을 못찍은게 아쉬웠다.

 

 

점심을 다 먹고는 본격적으로 버스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번째 장소는 IMAGO 쇼핑물 입구 근처였는데 시작부터 조금 논쟁이 있었다.

선교사님과 강도사님은 쇼핑물 안에서 버스킹을 하길 바라셨지만 나를 비롯한 청년 쌤들은 다른 손님들께 민폐를 끼칠 것 같아 쇼핑물 밖에서 버스킹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선교사님의 뜻을 따라 쇼핑물 안에서 하게 되었다.

눈에 잘 띄는 악기(기타)를 들고 연주해야 하는 당사자가 나였기에 정말 부담됐지만, 나만 혼자 안할 수는 없었기에 2~3분 짜리 영어 찬양을 딱 한곡만 하고 쇼핑몰에서 나왔다.

쇼핑몰에 한국인이 많아서 더 부끄러웠던 것 같다.

 

 

 두번째 장소는 택시타고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센터포인트'라는 또 다른 쇼핑몰이었다.

IMAGO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왕래가 적지 않아 보이는 곳이었다.

쇼핑몰 안 구석에 작은 벤치가 있었는데 거기에 앉아서 다같이 버스킹을 했다.

악기는 오카리나, 멜로디언, 그리고 기타까지 이렇게 총 3개였다.

무선 마이크는 2개 밖에 없어서 서로 돌려가며 썼다.

 

이번에도 쇼핑몰 안에서 해야 했어서 다른 청년쌤들은 몰라도 나는 조금 불만이 있었지만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버스킹하는 자리가 구석이었고 악기 소리도 작은 편이라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눈치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원이 와 '이 장소에서 버스킹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윗층에 있는 어느 사무실에가서 신청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이 공식적인 기록이나 흔적을 남기는 건 좋지 않다고 하셨고, 결국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버스킹 장소는 코타키나 발루 해안 근처 였다.

다른 장소들과는 다르게 마지막 버스킹 장소는 야외라 좋았다.

 

버스킹을 하려 앉은 곳 바로 옆에 있던 조형물이다. 코타키나발루에 갔었다는 기념샷을 찍기 딱 좋은 장소였다.

햇살이 강했지만 그림자가 있는 나무 아래에 둥그렇게 앉아서 버스킹을 해서 괜찮았다.

 

행인이 많지 않았던 덕분에 버스킹 중간중간 쉬는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바람이 시원했고, 해변의 경치도 좋았다. 그렇게 1시간 가량을 대화와 버스킹으로 보냈다. 

바다와 하늘이 참 예뻤다.

 

 

 

그렇게 버스킹이 끝난 후,

저녁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교회에 가기 전, 그 곳 사람들한테 줄 피자를 사야했다. 근처에 있던 '수리아몰' 이란 또 다른 쇼핑몰에 들렀다.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말레이시아에는 굉장히 많은 쇼핑몰들이 밀집해 있었다.

 

수리아몰에서 피자를 사러 가신 집사님들을 기다리는 동안, 말레이시아에 가면 꼭 먹어야할 음식 중 하나인 ABC를 먹게 되었다.

ABC란 우리나라의 팥빙수와 똑같은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비주얼이 이색적이었다.

빙수라기 보다는 우유얼음이 떠있는 우유를 떠먹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렇게 우유가 많은 상태로 먹는건지, 아니면 우유얼음이 많이 녹은건지 잘 모르겠다.

팥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맛있게 먹긴 했지만, 안에 같이 들어있었던 초록색 면발은 도무지 무슨 맛인지도 알 수 없었다.

묘하게 취향에 맞지 않았던 탓에 잘 먹지 않았다.

 

 

배부르게 ABC를 먹은 후, 우리는 저녁일정을 위해 다같이 말레이시아 현지 교회로 이동했다.

교회 이름이 말레이시아 어로 되어 있어서 이름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꽤 커보이는 곳이었다.

우리 교회 (북경 21세기 교회) 말고도 한국에서 온 좋은교회 선교팀도 있었다.

좋은교회에서는 떡볶이랑 잡채를 가져왔고 우리는 피자를 사와서 말레이시아 청년들과 같이 먹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수요일이어서 예배는 드리지 않았고, 그냥 같이 찬양하고, 이 후에는 여러가지 공연이 진행됐다.

이 날 성경구절로 랩을 하셨던 강도사님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꽤나 컬쳐쇼크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찬양은 들어봤어도, 외국인이 찬양하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같은 종교를 믿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두 개의 다른 언어로 같은 찬양을 부르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나름 짧았던 교회 방문을 마치고, 9시가 좀 넘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 다음날인 8월 1일은 아웃리치 팀에 있던 중2 여자애의 생일이라서, 오전에 편의점에서 몰래 샀던 푸딩 한봉지랑 편지지를 자고 있는 그 아이의 침대에 몰래 두고 나왔다.

내일 아침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서 두근거렸다.

 

 

 

 

넷째날 8/1

 

생일을 맞은 그 중2 여자애가 아침부터 찾아와 나를 깨웠다.

내가 어제 푸딩을 사는 나를 봤지만, 그 푸딩이 생일 선물인 줄을 몰랐다며 고맙다고 했다.

선물로 준 푸딩 중 하나를 같이 맛보자며 나누어줬다. 평범한 편의점 푸딩과 비슷한 맛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선물이지만 좋아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는 어제와 같은 카야잼 토스트였다. 이틀 째 같은 메뉴였지만, 카야잼이 맛있어서 질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후에 원숭이+반딧불 투어였다.

덕분에 오전 시간이 남았다. 덕분에 오전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세 팀으로 나눠져서 해야하는 일들을 했다.

무언극 팀은 연극 연습, 찬양팀은 찬양연습, 그리고 장보기 팀은 마트에 여러가지 물건들을 사러 나갔다.

무언극이란 대사 없이 배경음악에 몸짓만으로 하는 연극이다. 내일 갈 밀림교회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

재밌어 보여서 나도 하고 싶었지만 나는 찬양팀에서 기타를 쳐야했기에 포기했다.

주역을 맡으신 청년쌤 중 한분은 배우가 꿈인 연기전공이셔서 무언극이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점심으론 장보기 팀이 사온 코타키나발루 시장에서 산 해산물들로 해산물 파티를 했다.

 

갑오징어랑 새우는 깨끗하게 씻고 살짝 제쳐서 초장에 찍어먹고, 라면에는 새우랑 쭈꾸미를 넣어서 끓여 먹었다.

엄마가 여기 해산물이 좋고 싼거라고 해서 정말 배터지게 먹었던 것 같다.

후식으로는 파파야를 먹었는데 중국에서 먹었던 맹맹한 파파야완 다르게 달고 맛있었다.

역시 열대과일은 현지에서 먹어야 싸고 맛있는 것 같다.

 

점심 먹고 뒷정리를 하고는 바로 버스타고 투어를 할 장소로 이동했다.

버스에 타고있는 동안 오랜만에 버스커버스커 앨범을 들었는데 이동시간이 길어서 1집, 1집 마무리, 2집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도중에 잠들어서 실제로는 네다섯 곡 밖에 못들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서 화장실에 갔는데 한 사람당 화장실 사용료 0.5링깃을 받아서 놀랐다.

화장실 이용에 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역시 이런 면에서는 한국이 좋다고 느꼈다.

 

투어 장소에 도착한 후에는 배를 타고 원숭이를 보기 위해 큰 호수를 돌아다녔다.

 

우리가 운이 좋았는지 곧바로 원숭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원숭이들이 좀 멀리 있어서 사진은 확대해서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그 중 몇마리가 뭔가를 먹으려 우리 배 바로 가까이에 다가와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찍으려고 더 다가가자 투어가이드가 원숭이들이 좀 야생적일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고 말렸다.

그렇게 듣고나니 원숭이들이 좀 무섭게 보였다.

배를 타고 다니면서 물뱀도 보고 악어같이 생긴 큰 도마뱀도 봐서 더 무서워졌다.

 

배를 타면서 원숭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 날 하늘이 맑아서 노을지는 석양이 너무 예뻤다.

 

저녁먹으러 배에서 잠깐 내린 후, 근처에 있었던 해변가로 일몰을 제대로 보려 갔다.

이번 여름에는 바다에 못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보니 좋았다.

KK (코타키나발루)

하늘 색이 정말 아름다워서 노을을 배경삼아 점프샷도 잔뜩 찍었다.

 

해가 완전히 져서 하늘이 깜깜해진 후에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다시 배에 올랐다.

그렇게 반딧불이가 많이 나온다는 장소로 이동하더 중에 무심코 하늘을 봤다가 깜짝 놀랐다.

주변에 건물도 많이 없고 인위적인 불빛도 없고 달 조차도 없어서 별들이 쏟아질 듯이 많이 보였다.

별들이 정말로 반짝반짝 거린다는 것을 이 날 처음 알았다.

 

어느 포인트에서 배가 멈춰서고 가이드 아저씨가 노란 등불을 휘두르면서 반딧불이들을 유인했다.

처음에는 과연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가 반신반의 했는데 막상 수많은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정말 놀라웠다.

마치 그 유명한 '라푼젤'의 등불이 날아다니는 장면 같았다.

 

주변이 엄청 어둡고 반딧불이의 불이 휴대폰 카메라에 잡히기엔 너무 약해서 도저히 그 장관을 사진으로 담아낼 순 없었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잊고싶지 않아서 두 눈으로 새기듯 반딧불이들을 구경했다.

배 천장, 사람들의 옷, 내 손에 붙어서 반짝이는게 꼭 별들이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배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고개를 위로 젇혀 하늘의 별과 물 위의 반딧불이들을 봤다. 

 

길고도 짧았던 투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지쳐서 쥐 죽은 듯 잠만 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