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말레이시아 KK 아웃리치 7/29~8/7 (4)

여덟번째 날 8/5

 

여덟째 날 아침이 밝았다.

원래는 오늘 섬투어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그건 내일로 미뤄졌다.

지난 3일간, 밀림교회에서의 고된 일정으로 다들 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모두 늦잠을 잘 수 있었다.

 

다같이 늦은 아침으로 카야쨈을 바른 식빵과 주먹밥을 먹었다.

여러종류의 열대과일과 요거트, 오렌지 주스까지 있었다.

정말 푸짐한 아침이었다.

 

아침을 먹는 사이, 아웃리치 팀의 회계를 맡으신 엄마가 모두에게 100링깃씩 나눠주셨다.

점심값으로 두명당 50링깃도 받았다.

나는 엄마한테 따로 부탁해서 사비로 50링깃을 더 받았다.

 

돈을 받은 후,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마지막 날에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약간의 자유시간이 좀 더 있었지만, 나는 중국으로 바로 가기 때문에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를 기념품과 여러 선물을 사는데 보내기로 하였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6층에 야외 수영장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과 같이 그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규모가 큰 수영장을 아니었지만 전망이 좋아서 재밌게 잘 놀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야외 놀이터를 봤다

그래서 젖은 수영복도 말릴겸, 햇살아래에서 어린아이 같이 놀이기구를 타며 재밌게 놀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몇년 만에 가본 놀이터였는데 재미있었다.

 

 

수영장에서 돌아온 후 한 11시까지 숙소에서 뒹굴뒹굴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나랑 동갑인 여자애와 IMAGO 쇼핑몰에 놀러갔다.

그동안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자유시간 동안 천천히 쇼핑몰을 둘러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층에 있었던 푸드코트다. 이곳에도 음식이 많았지만 우리는 지하에 더 맛있는 메뉴가 있는 것 같아 지하로 내려갔다.

12시에 가까워지자 점심을 먹기위해 음식 가게가 많은 지하로 내려갔다.

코타키나발루 시내를 같이 둘러보기로 약속한 청년쌤과 같이 셋이서 메뉴를 고민했다.

말레이시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좋지만, 밀림교회에서 이미 잔뜩 먹었기 때문에 그리운 한국 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떡볶이와 비빔밥 등 한국음식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고민 끝에 김치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을 시켰다.

걱정과는 달리 한국에서 파는 것과 맛이 비슷해서 맛있게 먹었다.

 

사이드메뉴로 나왔던 김치랑 파전도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좋았다.

 

그렇게 배불리 점심을 먹곤, 소화도 시킬겸 IMAGO 쇼핑몰을 나, 동갑인 친구, 그리고 청년쌤 한분 이렇게 세명이서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IMAGO몰 안에서 맛집 투어 중이던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영화관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설레는 기분으로 영화관이 있다던 꼭대기 층으로 갔다.

정말 아쉽게도, 우리가 자유시간을 얻었던 이날에는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 대신, 우리 세명은 영화관 근처에 있던 오락실에 갔다. 

오랜만에 카트레이싱 게임도 하고, 슈팅 케임도 하고, 농구 게임도 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셋이서 오락실 안에 있던 일본식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태어나서 처음 찍어보는 거였는데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

스티커 사진이 하트와 핑크색 장식들로 도배되는 것을 해탈한 표정으로 바라보시던 청년쌤의 표정이 기억에 남았다.

 

몇시간 동안 쇼핑몰 안에서 신나게 놀다가, 본격적으로 기념품들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싸고 좋은 기념품들을 많이 판다고 알려져있는 코티키나발루 수공예시장이었다.

 

생각보다 기념품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중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은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엄마께는 지나가다가 예뻐서 산 목걸이와 코타키나발루 냉장고 자석을, 학교 친구들에게는 코타키나발루를 대표하는 동물모양 나무 열쇠고리를 주기로 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위한 작은 거북이 인형도 샀다.

그리고 나를 위해선 정말 꼭 사고싶었던 전통문양(?)이 그려진 옷을 샀다.

긴 원피스형을 살지, 짧은 원피스형 바지를 살지 고민하다가 코타키타발루의 날씨가 더운 것을 고려해 짧은 바지를 샀다.

 

수공예 시장을 나와선, 코타키나발루의 유명한 쇼핑몰들 중 하나인 센트럴 쇼핑몰에 갔다.

카야잼, 올드타운 커피, 망고젤리와 말린 망고같은 코타키나발루의 유명한 음식들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필리핀 마켓에서는 다갈이 먹을 열대과일도 잔뜩 샀다.

정말 알차게 돈을 쓴 것 같다.

 

엄마가 보자마자 사오셨던 고양이 쿠션

원래는 저녁 후 강의가 있었지만, 그게 취소되면서 자유시간이 또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IMAGO 몰 지하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들을 샀다.

다이소, Watsons 등 여러 유명 브랜드 가게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아빠를 위해 초강력 선크림과 청년쌤한테서 유명하다고 들은 호랑이 파스를 여러장 샀다.

 

그렇게 하루종일 놀다가 숙소에 돌아왔다.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눕자, 그제서야 내일있을 섬투어가 기대되었다.

기대감에 잠이 잘 안와서 오늘 하루 같이 놀았던 친구랑 떠들다가 잠들었다.

 

아홉번째 날 8/6

 

드디어 섬투어를 가는 날 아침이 밝았다.

섬에 놀러가는 기분을 내고 싶어서 어제 샀던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형 바지를 입었다.

벌써부터 들뜨는 기분이었다.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서 택시를 타고, 섬으로 갈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으로 갔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꽤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관광객들을 모으는 현지 상인들은 더 신기했다.

아웃리치 기간동안 여러번 본 광경임에도 매번 놀라웠다.

 

사람이 많아서 한시간 가량을 기다린 끝에 구명조끼를 입고 섬으로 가는 보트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파도가 조금 험했는데, 그만큼 배도 엄청 흔들려서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섬에 도착하자, 에메랄드 빛이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이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자꾸 텐션이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식당같은 건물로 가서 스노클링에 관한 설명과 주의사항 등을 들었다.

나는 이미 바다나 계곡에서 스노클링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걱정보다 기대가 앞섰다.

 

길고길었던 설명 시간이 끝나고, 나는 얼른 레쉬가드로 갈아입고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물이 좀 차가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졌다.

 

사람이 많아서 해변가 쪽은 스노클링 수경을 끼고 잠수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깊은 곳으로 헤엄쳐갔다.

깊은 곳이라고 해도 위험한 쪽은 못가도록 줄이 쳐져있고,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깊지는 않아서 내 발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였다.

바닥이 많은 산호와 암석들로 날카로웠지만 아쿠아슈즈를 신고 있어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사진 첨부 예정)

깊은 곳에서 잠수하기 전에는 정말 물고기를 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물에 잠수하자마자 바뀌었다.

물이 조금 흐렸지만 많은 물고기들이 암석 사이사이를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계곡에서 스노클링했을 때도 몇몇 물고기들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니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신난 것 같았다.

몇몇 남자 쌤들은 수영대결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고가 생겼다.

다리 밑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청년쌤이 나무기둥에 손가락을 베인 것이었다.

깊게 베었는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사람 피가 그렇게 새빨갛고, 양도 많은 건지 처음알았다.

바로 소독하고 치료받아서 별 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나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에서 놀기 시작한지 두시간이 지나자, 배도 고프고 지쳐서 물에서 나왔다.

백사장에 앉아서 다른사람들과 함께 강도사님을 모래에 묻었다.

치마도 입혀드렸다.

정말 오랜만에 모래놀이를 하니 은근 재밌었다.

 

 

그렇게 놀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모래사장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근데 우리가 건물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엄청난 비가 내렸다.

갑자기 내린 것으로 보아 소나기인 같았다.

 

그래서 다같이 점심을 먹으며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다행이 비는 20분도 안돼서 금방 그쳤다.

 

비가 그치자 몇몇 사람들은 다시 수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물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 후, 청년쌤 몇분과 함께 백사장의 해변가를 거닐었다.

 

예쁜 돌들을 줍고, 사진도 찍으며 재밌게 놀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모두가 나른해지는 3시 정도가 되자 우리는 다시 돌아가는 보트에 탔다.

물론 배에 타기 전, 단체사진도 찍었다.

 

섬에 들어올 때와 다르게, 비가 와서 그런지 파도가 더욱 험해진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멀미가 날 정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려서 조금 무서웠다.

배에서 내리자 다들 초췌해진 것 같았다.

 

원 없이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코타키나발루로 돌아오자 다시 바다에서 놀고 싶어졌다.

다음에는 우리 가족끼리 꼭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오자,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피곤해 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자유시간을 얻었다.

자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엄마랑 IMAGO 쇼핑몰과 코타키나발루 시내와 또 돌아다녔다.

구경하다가 본 눈에 띄는 기념품들도 샀다.

하얀 드림캡쳐와 조그만 전통 악기를 샀는데 쓸모는 없지만 장식용으론 좋을 것 같았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나자, 저녁시간이 되었다.

밖에 나가서 먹고싶어하는 사람이 없어서 IMAGO몰 안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좀처럼 메뉴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따로따로 먹기로 했다.

 

나와 동갑인 친구는 이미 많이 먹었던 쇼핑몰 식당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둘이서 불닭볶음면, 불닭떡볶이, 그리고 망고 슬러시를 사서 먹었다.

아침으로 먹었었던 주먹밥까지 먹으니 정말 배불렀다.

 

저녁엔, 다같이 거실에 둘러앉아서 지금까지 아웃리치 기간동안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웠는지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다보니 오늘이 코타키나발루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내일 코타키나발루를 떠난다는게 실감나지 않았다.

 

열번째 날 8/7

 

드디어 코나키나발루 아웃리치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침식사로는 여느 때 처럼 카야쨈을 바른 식빵을 먹었다.

중국으로 돌아가서 카야쨈을 바른 식빵을 먹으면 오늘같은 아침이 생각날 것 같았다.

 

점심 즈음에 비행기에 타야해서, 아침을 먹은 후엔 곧바로 짐정리를 시작했다.

그래도 열흘동안 정든 곳인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후련하면서도 아쉬웠다.

 

숙소를 정리학 짐을 다 싸고 나서는 캐리어를 이끌고 숙소 로비에 모였다.

로비에서 여러 대의 택시를 부르고 기다렸다.

그때, 집사님 중 한분이 아웃리치 멤버 전원에게 냉장고 자석 하나와 직접 쓰신 말씀 한 구절씩 나눠주셨다.

말씀은 뽑기로 뽑았다. 내가 뽑은 말씀은 대강 인내심을 갖고 선을 베풀면 그게 나한테 돌아올거란 얘기였다.

어젯밤에 피곤했을 텐데도 이렇게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택시들이 도착하자, 오후 비행기로 한국에 갈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다시 중국에 돌아올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미 중국 대학을 졸업해서, 군대에 가야해서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헤어지면 다시는 못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슬퍼졌다.

 

점심 비행기를 타야하는 사람들은 다같이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촉박해서 바로 짐을 수속하고 티켓팅을 해야했다.

돈이 50링깃이나 남아서 기념품가게에 가고싶었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아무리 급해도 단체 사진은 찍었다.

그리고 열흘동안 우릴 위해 고생하셨던 현지 선교사님 부부께도 감사와 작별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러 이동한 후, 우리는 또 몇몇의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해야했다.

중국이 아니라 싱가포르와 다른 나라도 곧바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시가 조금 넘자, 우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탔다.

코타키나발루로 올때에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6시간이나 기다렸는데에 비해, 돌아갈 때에는 오히려 시간이 촉박해서 뛰어야했다.

비행기가 지연된 탓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항공사 직원들이 나와서 우리를 다음 비행기를 타는 곳으로 안내해주셨다.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우린 무사히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열흘이란 짧고도 길었던 기간의 아웃리치가 이렇게 끝이 났다.